기차가 떠난 뒤, 정거장에는 그와 고양이만 남았다.
고양이는 벤치 아래에서 느긋하게 하품을 했다. 그는 떠나야 할 사람이었는데 떠나지 못한 사람이었다. 표를 사고, 짐을 챙기고, 플랫폼에 섰지만 —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.
"왜 안 탔어?" 매표소의 할머니가 물었다.
"모르겠어요." 그가 대답했다. 정말로 모르겠었다.
할머니는 웃으며 따뜻한 차 한 잔을 내밀었다. "다음 기차는 세 시간 뒤야. 그때 다시 생각해 봐."
세 시간. 그 시간 동안 그는 정거장 주변을 걸었다. 오래된 가게들, 빨래가 널린 골목, 아이들이 뛰노는 공터. 처음 보는 풍경인데 어딘지 익숙했다.
세 시간이 지났다. 기차가 왔다. 이번에도 그는 타지 않았다.
"내일 또 올게요." 그가 말했다.
할머니는 고개를 끄덕였다. "그럼 내일 또 차 끓여 놓을게."
그날 밤, 그는 정거장 벤치에서 잠들었다. 고양이가 발치에 웅크렸다. 떠나지 못한 것이 아니라 도착한 것인지도 모른다고, 잠결에 생각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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