푸른나무· ·1분 읽기 ·0 읽음

정거장

글 · 한겨울


기차가 떠난 뒤, 정거장에는 그와 고양이만 남았다.

기차역
기차가 떠난 뒤의 정거장

고양이는 벤치 아래에서 느긋하게 하품을 했다. 그는 떠나야 할 사람이었는데 떠나지 못한 사람이었다. 표를 사고, 짐을 챙기고, 플랫폼에 섰지만 —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.

"왜 안 탔어?" 매표소의 할머니가 물었다.

"모르겠어요." 그가 대답했다. 정말로 모르겠었다.

할머니는 웃으며 따뜻한 차 한 잔을 내밀었다. "다음 기차는 세 시간 뒤야. 그때 다시 생각해 봐."

고양이
벤치 아래의 고양이 — 얼마든지 기다릴 수 있다는 듯이

세 시간. 그 시간 동안 그는 정거장 주변을 걸었다. 오래된 가게들, 빨래가 널린 골목, 아이들이 뛰노는 공터. 처음 보는 풍경인데 어딘지 익숙했다.

세 시간이 지났다. 기차가 왔다. 이번에도 그는 타지 않았다.

"내일 또 올게요." 그가 말했다.

할머니는 고개를 끄덕였다. "그럼 내일 또 차 끓여 놓을게."

그날 밤, 그는 정거장 벤치에서 잠들었다. 고양이가 발치에 웅크렸다. 떠나지 못한 것이 아니라 도착한 것인지도 모른다고, 잠결에 생각했다.

댓글

댓글을 불러오는 중...
100%
읽던 곳부터 이어 볼까요?